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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1 14:46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선정한 『2017 여성 9대 뉴스』
 글쓴이 : kncw
조회 : 320  
1.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 여성의 건강권 논의 촉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제기되어 온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문제(생리양 감소, 생리통 악화 등)가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로 확산됐다. 특히 올해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학교 김만구 교수팀이 국내 생리대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태는 더욱 증폭되었다. 실험 대상 전 제품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되었고 그 중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생리대는 여성건강과 직결되는 특수한 생활용품으로, 이번 사태는 우리사회의 여성 건강권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10월부터 생리대와 같은 기타의약품 등의 용기나 포장에 의무적으로 성분을 표기하는 약사법개정 법률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상위 5개 생리대 제조사는 시행 이전에 자율적으로 홈페이지 등에 전 성분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환경부는 관련 부처 및 전문가와 논의하여 생리대 유해물질의 인체 노출 가능성과 건강 피해 연관성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뒤늦게나마 관련 대책이 논의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에 더해 생리대를 비롯한 모든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실시하고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의 생리적 특성이 고려된 생애주기별 여성건강권이 여성정책의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기를 바란다.


2. 범여성계 연대기구,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개최


올해 5월 9일 실시된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으로 구성된 범여성계 연대기구와 여성신문사가 공동으로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를 주최했다. 4월 21일부터 25일까지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를 주제로 진행되었던 간담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순(간담회 참가 순서)으로 추진됐다. 본 간담회를 시작으로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논의와 공약이 활성화 되었다는 것은 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간담회에서 연대기구는 여성계의 5대 핵심 정책과제인 남녀임금격차 해소, 남녀동수내각, 여성폭력 철폐, 여성생애주기별 1인 가구 지원, 여성정책 추진체계 등에 대해 각 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질의하고 그 답변과 함께 성평등 실현을 서약·서명 받았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남녀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고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남녀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3%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고, 남녀동수내각은 30%에서 출발하여 임기 중 단계적인 남녀동수내각 실현을 약속했다. 여성폭력 철폐를 위해서는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제정과 젠더폭력방지 전담기구 설치를 약속했고, 여성생애주기별 1인 가구 지원은 쉐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30만호 공급 등을 통한 주거안정 대책을 내세웠으며, 여성정책 추진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의 기능강화 및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약속한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내각 구성에서 역대 정부 최다인 여성 장관(급) 6명을 임명하면서 “30%로 출발”을 이행했다.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여성폭력 철폐를 위해 2018년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을 핵심 현안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녀임금격차, 여성 일자리 문제 등 고용시장에서의 불평등 해결을 위한 뚜렷한 대책은 미비한 편이고, 여성정책의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성평등위원회 설치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여성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서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실현을 위해 여성계와 약속한 5대 핵심과제를 비롯한 여성 및 가족 정책의 이행을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다.


3. 낙태죄 폐지, 사회이슈로 재점화


지난 10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3만 명이 참여하면서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낙태죄 폐지'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한다는 원칙에 따라 11월 26일 조국 민정수석은 형법상 ’낙태‘라는 용어의 부정적 함의를 고려하여 낙태 대신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밝히며,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8년 만에 실태조사를 재개할 것을 밝혔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인공임신 중절수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낙태수술 건수는 16만 9천 건이었고 이 중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청소년 낙태 문제와 관련해 산부인과학회가 2009년 발표한 중·고등학생의 성(性) 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신 경험이 있는 여학생 중 85.4%가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답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더라도 미성년자의 불법 낙태시술은 건강과 안전의 문제 뿐 아니라 시술을 위한 비용문제 등으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현행법상 성폭행이나 유전학적, 전염성 질환의 위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낙태죄로 처벌을 받고, 적발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뚜렷한 처벌 조항은 없다. 또한 현행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임신 중절로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 건에 불과하여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싸고 여성의 생명권, 재생산권, 건강권, 삶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는 낙태죄 전면 폐지 주장과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강제로 빼앗는 살인행위라는 낙태죄 폐지 반대 주장의 뜨거운 논란으로 단기간에 사회적 합의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청와대의 답변에는 실질적 해결책이 부족하고, 청원내용이었던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에 대한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8년간 중단됐던 실태조사가 재개됨에 따라 제대로 된 실태파악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4. 정의롭고 차별 없는 헌법으로 개정되기를


올해 1월 출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계는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적 목표를 반영한 별도의 헌법 조항을 신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양성평등 관련 조항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헌법 제11조 1항(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과 제32조 4항(④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34조 3항(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36조 1,2항(①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②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에 부분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양성평등 개헌논의는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중 기본권·총강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성평등’이라는 용어사용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개정의 내용과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여론수렴을 진행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성평등’ 용어 찬성 측은 남녀 대결 구도로 보는 사회적 시각을 보완하고 동성애에 대한 권익 보호 차원에서 ‘성평등’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반대 측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새롭게 개정될 헌법은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선진적 헌법이어야 하며, 더 나아가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정의롭고 차별 없는 민주적 헌법이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초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구성된 개헌특위 위원 36명 중 여성의원은 2명에 불과했고, 개헌특위 자문위원단 53명 중 여성은 8명에 그쳤다. (현재는 개헌특위 여성위원 4명, 여성 자문위원 6명임.) 국민이 주도하는 상향식 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고, 특히 헌법 개정 논의의 전 과정에서 여성의 동등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5. 직장 내 성폭력 문제, 더 이상 침묵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샘 신입사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한샘 성폭행 사건'이 드러났다. 한샘 신입 여직원은 성폭행, 성추행,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했고,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는 진술 번복 등의 이유로 회사로부터 감봉과 풍기문란의 징계를 받는 등 사건 후에도 지속적인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현재 사건 피해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사건 외에도 현대카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등 사내 성폭력 문제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샘 성폭행 사건'을 조사할 계획임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은 공공기관부터 시작할 것과 기관장들의 인식 전환과 엄정한 조치 마련을 강조했으며, 지난 11월 청와대에서는 전 직원이 예외 없이 참석한 가운데 성폭력 예방교육이 실시됐다.
그러나 올해 12월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전국 아르바이트생 2,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1.8%가 근무 중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성범죄 피해 대상의 범위 확대와 예방교육 등의 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논의와 대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직장 및 근무지에서의 성폭력 문제는 상하관계에서의 권력을 무기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알리기 어렵고 사실관계가 은폐·축소될 가능성이 높으며 회사 내 불이익에 시달리는 등 2차, 3차 피해에 시달린다는 특징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피해 사실 폭로자에 대한 보호와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매년 말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를 시작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SNS에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시작됐다. 미국 연예계, 스포츠계, 언론계, 정재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여기에 동참하면서 ‘미투 캠페인’은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폭력은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직장 뿐 아니라 학교, 가정 등 어디서든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여성폭력이다.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며, 양성평등 문화 정착의 첩경은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전 교육과정에서의 체계적인 성평등 교육일 것이다.


6. 공공분야부터 시작하는 여성 대표성 확대, 여성인력 활성화로 이어져야


정부는 2017년 11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5개년 로드맵(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3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여성 고위공무원단 목표제’와 ‘공공기관 여성임원 목표제’를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2020년까지 그 목표치를 각각 10%와 20%로 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지방 공무원 임용령에 여성관리자 확대 내용을 포함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지침에도 관련규정을 삽입하는 실질적 이행방안을 확보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부터 여성대표성을 제고해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계획도 대부분의 여성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강제성을 띤 할당제가 아니라 목표제라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지난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민간을 포함한 여성관리직 비율’에 의하면 OECD 평균 여성 관리직 비율은 37.1%였고 한국은 10.5%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유리천장은 더 두꺼워서 10대그룹 여성임원 비율이 2.4%로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서 한국은 정치적 대표성 부문 90위, 교육적 성취 부문 105위, 건강과 생존 부문 84위,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 부문 121위로 144개국 중 118위를 차지했다. 가장 심각한 격차를 드러낸 경제 분야에서의 불평등은 고용불안정, 경력단절, 임금격차, 유리천장, 비여성친화적 노동환경 등 여성이 겪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역량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고위직으로의 진출은 여전히 심각하게 저조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인력의 활용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고,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기회와 참여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공공부문에서 시작해서 민간부문으로까지 성공적으로 여성대표성을 확대한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모든 영역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유리천장을 타파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7.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필요한 이유


영화, 드라마, 광고, 웹툰, SNS 등 미디어 콘텐츠에서의 성인지적 의식 확산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는 여성이 강간·살해당하는 장면을 선정적으로 자세히 묘사하면서 영화 속 여성들의 배역 이름을 ‘여자시체’로 설정하여 논란을 일으켰고, 영화 ‘토일렛’은 작년에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모티프로 하면서 사건이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로 발생했다는 홍보문구를 쓰는 등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범죄를 자극적인 오락거리로 삼았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빠르게 생산되고 전파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분석·평가·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유네스코는 미디어리터러시를 ‘21세기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역량’이라고 규정했다. 21세기는 미디어를 모르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생활의 모든 면이 스마트폰, 인터넷 방송, 웹툰 등 인터넷 미디어와 접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제성, 자극성 위주로 구성되는 각종 미디어 콘텐츠는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사회적 약자 혐오발언, 폭력적 행위 등을 어떠한 필터링도 없이 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소년들의 윤리의식과 양성평등 의식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이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T 강국인 핀란드는 일찍부터 미디어리터러시를 정규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해 왔고, 2016년 8월 1일부터는 미디어리터러시와 뉴스리터러시를 통합한 멀티리터러시(Multy Literacy)로 미디어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과 가짜 뉴스나 정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춰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성인지적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인지적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의식정립의 핵심 요건이다.


8.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여성 1인가구 지원


내년 예산안에는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엿보인다. 11월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심사한 법안을 상정·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1인가구를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로 정의하고, 이들의 복지 증진 대책 수립 등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할 때 1인가구의 연령별, 성별, 지역별 현황과 정책수요를 조사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1인가구는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가정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는 27.2%로, 전통적인 가족유형이라고 여겨져 온 4인 가구 비율(18.8%)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그 증가 속도는 해마다 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맞춰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새로운 정책실현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우선 정부는 2018년 저소득층 여성 1인가구를 위해 그동안 몇몇 지방자치체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던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고령자 1인 가구 중 남성은 25.2%, 여성은 74.8%로 여성노인 1인가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등을 고려했을 때, 특히 여성노인 1인가구주는 경제·주거환경·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노인 1인가구주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빠른 사회 변화만큼이나 가족형태와 생활방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주거·안전정책, 좋은 일자리, 체계적인 노후보장 등 생애 주기별 여성 1인가구에 대한 대책은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9.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2015년 12월 28일 타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 후 가진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국민 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하자”는 뜻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했다. 당시의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했고, 일본의 법적 책임이 명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사죄를 하고 희생자에 대해 보상하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부끄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제여성인권단체인 ‘성평등을 위한 여성 이니셔티브(WIGJ, Women's Initiatives for Gender Justice)’는 우리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시 성폭력 철폐를 위해 노력해 온 업적을 기려 ’성평등 유산의 벽‘에 그들의 이름을 올려 내년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15주년 기념건물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도 일제 강점기 성폭력에 희생된 필리핀 여성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 동상(우측 사진)을 최초로 세우는 등의 움직임으로 일본 정부를 당황시키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그동안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만 알려졌던 일제강점기 남태평양 트럭섬에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26명 존재했다는 사실이 역사 자료를 통해 공식 확인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뿌리 깊은 역사왜곡의 문제고 인권 유린의 문제며 전시 여성폭력 문제다. 일본 정부는 합의 내용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핑계 삼아 위안부 문제를 외면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